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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º ʚ º〕/일상

#언제든 떠날 사람

#SSL01.

백수시절, 광화문 한복판에 서서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많은 건물에 책상이 있는 데

그 중에 내자리 하나 없을까...

이렇게 많은 차들 중에

이렇게 많은 아파트 중에

이렇게 많은 남자들 중에

...

어딘가 있을 내 것을 찾는 여정

그게 인생일까

사실 있는 줄 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없을 수도

 

언젠가는 자의든 타의든 떠나야함을 알기에

지금 당장 떠나도 흔적이 남지 않도록

집이며 사무실이며

미니멀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잘 모르겠다

 

 

 

#SSL02.

결벽증마냥 책상을 박박 닦진 않지만

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중이다 (ఠ_ఠ)

바로 떠나도 될 정도의

짐을 두고 생활하고 있다

키보드와 컵, 개인 하드만 챙겨나오면 된다

머문 자리에 내 흔적이 남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 있다

떠나 온 것에 미련이 없고

떠날 상대에게도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잊혀지고 싶다

 

 

 

#SSL03.

제대로 된 놈을 만나란 말이야
제대로 된 게 왜 날 만나니
왜 엄마가 어때서
엄마 아껴줄 남자가 세상에 한 놈도 없을까
한 놈도 없었어 50이 넘도록

<네 멋대로 해라> 양동근, 윤여정 대화

 

나는 저 대사가 되게 어불성설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닐까... 했었다

근데 정말 한 놈도 없을 수가 있더라고..

또 한 번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뉘우친다

 

 

 

#SSL04.

큰 누이가 나와 연을 끊겠다고 한다

엄마도 말 옮기는 게 조심스럽다했지만

뭔가 안봐도 알 것 같았다

그 상황을..

그 목소리 크고 흥분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피를 토하며 내 뒷담을 했을까

엄마도 그런 모습을 보니 얘가 또 뭣모르고 연락했다가

봉변당할까 말하는 거겠지

 

이유인 즉

청량리에 지인하고 밥먹고 파하고 난 뒤에

내가 사는 곳에 고구마를 주려고 오려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내가 퉁명스럽게 받았다고 한다

난 집에 없었고 굳이 고구마를 주고 가고 싶었다면

문 앞에 두고 갈 수도 있었다

난 분명 퇴근이 늦다 했고

왜 이렇게까지 집요하지 싶을 정도로

몇 시에 오냐고 물었던게 기억나긴 한다

나는 그런 누이의 맘보를 알고있다

내가 힘들게 사는 게 누이 탓도 아니지만

사실 늘 그렇게 놀러다니는게 꼴보기 싫긴 했다

누이는 평생을 그렇게 산 그런 사람이다

나이를 반백을 넘어 환갑이 다 되가는데도

그 못된 버릇은 바뀌질 않는다

그 정도 살면 생애 한 번쯤은 깨달음이 올텐데

그것마저 비켜간 듯 하다

 

근데 절연을 하든 하지 않든

특별히 연락하거나 만날 일은 없을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지만 접점이 없다

우리 가족은 가난하면서도

본인의 안위말고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모르겠다

이쯤되니 나에게 주어진 연이란 정말 없는 걸까..

마지막으로 배우자복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정말 하늘은 내게 아무 것도 주질 않는구나...

 

 

 

#SSL05.

2020년 즈음에 재취업에 성공했었다

하던 업을 마무리짓고 다시 취업하려니

세상은 다 바껴있었고

   나이는 먹었고

이력서를 내도 면접은 커녕

열람도 안되있기에 좌절했었다

(혹자는 이력서를 넣고 전화를 넣어보라고 했지만

그게 적극성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좀 나대는 듯해서 그러진 않았다)

어쨌든 결국 한 업체에 취업되었다

절실함을 참 많은 걸 바꿔놓는다

그냥 다 감사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거의 최저에 맞춘 임금은 알고 들어왔으니 누굴 탓할 건 없지만

상세페이지 작업, 제품 촬영, 다수의 플랫폼 등록 및 관리, 광고집행

(자사몰부터 쿠팡, 오픈마켓, 롯데몰까지 온갖 플랫폼은 다했다)

뭐 온라인 쇼핑몰에 관한 건 다 해야했다

원래 MD가 1명 있긴 했는데 퇴사하면서

그 업무를 함께 해야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쳐내고 있는데

하루는 호출하더니 1일 1인스타를 지시했다

기존에도 신상 홍보로 뜨문뜨문 업뎃을 하고 있긴 했지만

1일 1인스타라니...

근데 나는 거절을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조용히 퇴사했다

퇴사를 후회한 적은 1도 없는 업체였는데

지금 보니 여긴 더하네..

진짜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다

인간이 정말 너덜너덜할만큼 싫고 싫고 싫다

다만 이제 더 뒷걸음질 칠 공간도 없다

이렇게 싫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싫다

회사를 안가면 안가서 좋은게 아니라

그 인간을 안봐서 좋을 정도다

이런 마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